명작으로 알려진 책인데
난 잘 모르겠다....
내 식견과 내공, 감성이 부족해서 그런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가슴깊이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 건지 혼란스러움도 느꼈다. 또 책의 내용은 거센 폭풍이었지만 나는 안전한 집에서 폭풍의 춤과 노래만 보고 들을 뿐 받아드린 것이 없는 것 같이 느꼈다. 그래서 내가 느낀 것은 온전하지 않을 것 같다. 틀리진 않았어도 모순되거나 부족함이 보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고독함을 느꼈다. 풍부한 폭풍 안에 있는 작가님이 부러웠다.
나는 책을 읽고 이렇게 받아들였다.
존재의 가벼움, 나 자신에게 상대가 중요하게 느껴져도 사실 너무나 부질없이 가벼운 존재이기에 상대와 나 사이에 여러 가지 미사여구를 붙여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개인적으로 사랑을 잘 모르겠다.
대상에 대한 연민, 귀여움, 아름다움, 감사함/고마움, 감동, 공감/동화, 걱정, 슬픔은 느껴본 적이 많다.
특히 대상에게서 나를 발견할 때 애틋함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에 대한 소속감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의 감성을 모르겠어서 위 감정을 느낀 대상을 사랑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할까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착각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13p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지상의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겨우 반쯤만 현실적이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무거운 것 -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 테레자와 토마시는 우연이 인연이 된 순간 짐을 가지게 되었다.
상대가 떠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짐이 아니다.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서 지상에 머물고 있다.
토마시는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여 사랑을 했다.
토마시는 몇 가지의 우연에 의미를 부여하고, 베토벤의 마지막 4중주 중 마지막 악장의 "Es muss sein!"의 사슬에 얽히게 되었다. 마치 세뇌처럼 그는 이 구절을 읊조리며 테레자에게로 간다.
바구니에 담겨 강물에 버려진 아기는 연민과 걱정, 보호를 연상하는 데 토마시는 이런 이미지에서 사랑을 느꼈다. 어떠한 책임감 느끼고 그 아기를 건져내었다. 이야기 속에서 토마시는 철저하게 영혼의 사랑을 주었다. 그는 그의 사랑의 정의대로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로 인해 직업을 포기하게 되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주거지를 이동했다. 그리고 그는 육체의 가벼움으로 그녀에게 늘 죄책감과 피로감을 느끼며 옆에 있게 된다. 정부와의 성관계에서 결핍을 채우고 정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는 이 행위를 멈추진 않는다.
=> 나는 이렇게 느꼈다. 외도는 아니지만 외도처럼 보이며 이 행위를 할 때마다 늘 테레자를 한 번씩 살해하는 것 같았다.
외도가 아니라고 한 이유는 영혼을 주지 않은 성관계였기 때문이다.
테레자는 토마시의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불완전한 사랑에 불안함을 느낀다.
그 스트레스는 꿈에 잔혹하게 묘사되고 그녀는 늘 이 이야기를 토마시에게 말하여 상처를 준다.
그리고 테레자의 엄마가 늘 그녀의 마음속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다. 그리고 토마시의 (육체적) 외도는 그녀를 불안감의 우물 속에 빠트린다. 늘 토마시의 손을 바라면서 상처를 준다. 그녀 또한 토마시의 노예였다. 사랑의 노예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보살핌이 필요한 아기처럼 주변을 서성인다. 또 사랑의 증명을 바라며 장소를 이동한다.
=> 그녀가 꾼 꿈은 토마시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스스로를 잔혹하게 대하는 꿈이 괴로웠다. 그녀가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71p "누군가를 미친 듯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창자가 내는 꾸르륵 소리를 한번 듣기만 한다면, 영혼과 육체의 단일성, 고학 시대의 서정적 환상은 단번에 깨지고 말 것이다."
사바나는 토마시와 프란츠와 관계를 가졌지만 어느 한 사람에 속박되지 않았다. 그 대상들의 존재가 지상과 사바나를 연결해 줬던 것 같다.
203p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
207p "그녀는 참을성이 없었던 것을 후회했다. 함께 더 오래 있었더라면 그들은 조금씩 그들이 사용했던 단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렇다, 이제 너무 늦었고,... 멈출 줄 모르는 여자에게 있어 뜀박질 도중에 영원히 멈추는 것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사바나는 무거움을 참을 줄 모르는 어쩔 수 없는 가벼운 존재이다.
까마귀의 죽음. 아이들에게 잔혹하게 괴롭힘을 당하여 덧없게 죽어가는 까마귀를 소중히 데려와서 살리려고 한다. 테레자는 이 까마귀에게서 자신을 본 걸까?
카레닌의 죽음. 죽어가는 카레닌을 받아들이면서 받아들일 수 없는 테레자는 모순된 행동을 한다. 토마시가 카메라로 함께 있던 일들을 추억으로 남기고자 하지만 테레자는 거부한다. 그러면서 카레닌의 무덤을 파는 행위를 통해 이별을 준비한다.
정치적인 배경은 토마시와 테레자가 시골로 가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주제라서 나는 다루지 못하겠다.
토마시와 테레자의 사랑을 난 책을 읽는 내내 의심했다. 그 의심은 241p에서 절정을 찍었다.
바오로 산에서 자살을 유도했던 것. 질투라는 감정에서 해방하려면 죽음 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사랑을 의심했다. 부질없는 의미 찾기야 말로 나의 큰 결점일지도 모른다. 나야말로 사랑의 환상 속에서 의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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