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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책과 감상

[독후감] 오만과 편견 - 4

 
제목에 대한 착각 
분명히  나는 알라딘에 적혀있는 책 소개를 읽었다. 
오만과 편견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담긴 책인 줄 알았다. 
책의 뒷 면에 적힌 리뷰들을 읽으면서도 내 멋대로 책 분위기를 생각했다. 거기에는 작가에 대한 찬가밖에 없어서 사실 책 내용에 대한 힌트를 크게 얻지 못했다. 오만과 편견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사랑과 관련된 소재로 소설로 풀어내었나 보다 생각했다. 
 
한창 
 이 책을 읽을 당시 나는 네이버 시리즈의 로판들을 정독하고 있었다. 대체로 중세시대의 서양 '분위기'만 가져와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한국의 서양 로판들은 늘 빙의물이나 마법 판타지, 저주 등이 섞여있고 남자는 냉미남, 여자는 솔직 당당 미녀들이 대부분...

오랜만에 2000년대 인소를 읽는 느낌으로 많이 읽었고 읽다가 하차했다. 

 
제목에 대한 착각과 당시 내 독서(?)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 철학이 아니었음에 놀랐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놀랐다. 
당연하게도 시대적 분위기가 잘 잡혀있었다. 작가가 그 시대에 살고 있었으니까... 
오만과 편견은 로판의 조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클리세 덩어리였지만 사회적 분위기라던가 인물들간의 대화가 늘 읽던 양산형 로판과 다르게 현실감과 타 문화에 대한 새로움이 느껴졌다. 클리셰 때문에 결말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풀어갈지는 작가의 역량이 중요하다. 길고 짧은 호흡으로 나를 밀당하여 내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이틀 만에 다 읽었다.

바쁘게 일하는 중간에도 다음 전개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플롯은 대부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명확한 사건들을 한 입씩 떠먹여 주지만

그걸 여기에 자세히 적으면 재미없어 질 것 같아서 오만 씨와 편견씨의 이야기 일부만 담아볼까 한다. 
 


 
오만한 신사 다아시

"그럴 만한 근거가 있으니까 말이야. 가문이니 재산이니, 모든 것을 다 갖춘, 그렇게 멋진 젊은이가 자기를 높이 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잖아. 이런 표현을 써도 된다면, 그 사람은 오만할 권리가 있어" 

 

사실 처음에는 다아시가 엄청 오만하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첫 무도회에서 빙리와 대화한 내용 때문에 엄청 충격이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부분은 내성적인 나로서는 불편한 게 이해가 되었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다아시는 좀 무례한 베넷 가족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와 눈 마주치고 피한뒤 빙리와의 대화) 
"그럭저럭 봐 줄 만은 하군. 그렇지만 춤추고 싶을 마음이 날 만큼 예쁘진 않아. 그리고 난 지금 다른 남자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여자들을 우쭐하게 해 줄 기분이 아니네. " 

 

앞 문장은 나도 그럭저럭 이해해 줄 수 있었지만 뒷 말에서 내가 다 상처를 받았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첫인상이 나쁠만했다.

우연히 그 말을 듣고 내색은 안 했지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위 말로 다아시에 대한 첫인상은 나빠지고 모든 나쁜 소문들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계기가 된다. 
 
세 번째 만남에서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외면에서 많은 흠을 잡아 내었지만 아름다운 눈과 지적인 얼굴, 발랄한 태도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그래서 은근슬쩍 다가가며 대화하려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당연히 성의 있게 대화하면서 철벽을 치는 데, 아마 다아시는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좀 상처받았겠는 데?' 싶은 부분이 있었지만 아니었다. 
후반부에 나오지만 내가 다가가는 데, 넌 아마 감사해야 할 거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자신도 잘 모르는 새에 그녀에게 상당히 마음을 뺏겨서 마냥 그녀와의 대화를 즐거워했다. 
 
마음을 뺏겼지만 찰나의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베넷 가족과 엮기지 않는 게 좋다는 판단으로 빙리를 설득하여 네더필드를 떠나게 되지만 우연한 엘리자베스와의 만남에서(친구의 결혼으로 간 로징스에서 접점)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오만한 첫 번째 청혼을 한다.

친구는 제인과 엮기지 않게 만들어 놓고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에는 고백해 버리는....

 

간단하게 요약하면 당신은 나와 격이 맞지 않지만 내가 너에 대한 사랑을 억누를 수가 없으니 받아줬으면 한다. 
엘리자베스에게 세 가지 이유로 거절을 당하고 다음날 해명의 편지를 준다. 

 

나는 편지 내용을 두세 번 읽었다.

이 편지로 인해 모든 오해와 편견이 부서지고 다아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인상이 180도로 바뀌기 때문이다.

첫 문단은 아직 오만함을 벗어내지 못하였지만 위컴과 관련된 오해는 풀렸다. 더불어 자신의 치졸함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한참 뒤에 펨벌리(다아시의 저택)에서 우연히 엘리자베스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예의 바른 친척들에게 정중한 태도를 보인다. 한번 청혼을 거절당한 뒤에 많이 겸손해진 것 같다.

그 후에 순전히 엘리자베스에 대한 사랑으로 엘리자베스에게 발생한 큰 사건에 그녀를 뒤에서 몰래 도와준다. 
 
캐서린 영부인 덕분에 다아시는 용기를 얻어 다시 엘리자베스에게 고백을 한다. 

 "당신은 마음이 넓은 분이니 이런 말씀드린다고 타박하진 않으시겠지요. 당신의 감정이 지난 4월 그대로라면 당장 그렇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제 애정과 소망은 변함없습니다만, 당신의 한마디면 저는 영원히 그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겠습니다."

 

엘리자베스가 고백을 받아들인 후 나눈 대화는 나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다.

그동안 서로 제대로 된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답답했었다. 그리고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해피엔딩을 가지게 된다. 
 
첫인상으로 판단하는 편견양, 엘리자베스

그녀에게는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된다. 첫인상으로 상대에 대해서 파악했다는 오만함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오만 군과 오만 양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마치 조연인양 제인에 대한 빙리의 마음이 어떠한지 살펴보면서 오직 언니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응원한다. 제인이 빙리의 집에서 감기가 걸려서 집에 돌아오지 못할 때, 3마일을 걸어서 언니를 돌보러 갔다는 점에서 우애가 비상하다고 생각했다. 
 
베넷가족에 대한 빙리 양의 험담과 다아시의 자기중심적인 판단으로 빙리가 네더필드를 떠나게 되었을 때,

허영심과 오만함을 가진 콜린스와 위선자이며 거짓말쟁이인 잘생긴 위컴이 나타난다.

 

콜린스는 베넷 가족의 재산을 물려받게 될 사촌이다.

한정 상속이라는 제도는 여성은 배제한 상속이다. 베넷 가족은 베넷과 부인 그리고 딸만 5명이다. 딸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기 때문에 베넷이 죽으면 가족 중에 남성인 사람에게 재산이 간다. 그게 바로 사촌인 콜린스이다.

베넷 부인은 딸들이 모두 제대로 결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하고 무리하게 주변 딸들 또래의 남자들에게 치대며 의중을 묻는다. 그 시대의 어설픈 계층의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으면 이후의 삶은 기대하기 어렵다. 어떤 가족에게 빌붙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정 상속의 재산 문제 때문에 콜린스가 베넷의 자녀들 중에서 결혼감을 골랐다. 베넷씨의 재산을 받으면서 그의 자녀에 대한 걱정을 헤아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콜린스는 자존심이 강하고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다. 청혼을 당연히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엘리자베스는 당연히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위컴 씨는 잘생겼다는 말이 아주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는 정중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엘리자베스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고 위컴 씨가 하는 다아시에 대한 뒷담은 그녀가 가진 각 남성들에 대한 첫인상 때문인지 쉽게 그 말을 믿게 된다. 
 
로징스에서 우연히 다아시를 만나게 되고 그의 갑작스러운 청혼에 3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을 한다. 
 1. 빙리와 제인의 물리적인 거리를 멀어지게 하고 제인이 빙리가 있는 곳으로 갔을 때, 이를 비밀에 부친 점. 
 2. 위컴에게 들은 다아시의 위선. 
 3.  다아시가 그녀에게 가진 첫인상. 
 
 그 뒤 다아시의 편지를 읽고 난 뒤, 자신의 경솔했던 태도를 한탄하면서 말한다. 특히 위컴의 말만 듣고 판단해 버린 부분. 

"변별력만큼은 자부하고 있던 내가! 
때때로 언니가 너무 사람들을 좋게만 본다고 비웃으면서 쓸데없이 남을 의심함으로써 허영심을 만족시키던 내가! 
이제야 깨닫다니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하지만 창피를 당해도 싸! 
사랑에 빠져 있었다 해도 이보다 더 기막히게 눈이 멀 수는 없었을 거야. 
그렇지만 내가 빠져 있던 건 사랑도 아니고 허영이었으니.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해서 기분이 나빴고, 
다른 한 사람은 특별한 호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난 어느 편에 대해서든 선입견과 무지를 따르고 이성을 쫓아낸 거야. 
지금 이 순간까지 난 나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었어."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상세하게 말하는 것은 마치 독자에게 설명하는 듯했지만 정확하게 말해줘서 비현실성을 느꼈지만 훨씬 인물의 대한 생각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증거들로 진실을 알게 되어 위컴을 멀리하게 되었고 이 일은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하게 된다. 
그녀가 다아시에 대한 마음이 커지게 된 계기는 아마 펨벌리에 우연히 가게 되었을 때이다. 그곳에서 들은 다아시의 이야기와 외숙모 부부에게 대하는 정중하고 신사적인 태도로 그의 변화를 봤을 때일 것이다. 
 
다만 리디아의 철없는 행위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화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저지른 무례와 위컴으로 인한 착각과 리디아에 대한 일로 다아시에게 자신이 줄어들게 된다. 
이후 해당 사건이 무마되었을 때, 외숙모의 편지로 다아시가 그 문제를 몰래 해결해 줬다는 것을 알려줬고 그 때문에 그가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마음의 크기가 더욱 커지게 된다. 
 
다아시는 자신이 한 일을 주어 담기라도 하듯, 빙리를 데리고 다시 네더필드로 돌아온다.

하지만 다아시도 그동안 했던 자신의 행위에 때문에 그녀에게 더 다가가지 못한다. 
 
캐서린 영부인은 콜린스의 후원자이고 다아시의 외숙모이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이렇고 저런 관계인 것으로 오해하여 찾아왔다. 약간 한국의 밈 중 하나로 "이 결혼 반댈세!"같은 느낌이다. 

"그럼 약속해 줄 수 있겠나, 그런 약혼은 안 하겠다고?" 
...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 절대로 그런 확답을 드릴 수 없어요. 으름장을 놓으신다고 해서 이치에 닿지도 않는 일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 조카분이 영분인께서 자기 문제에 끼어드는 것을 어느 정도 용납하실지 모르겠지만요, 제 일에 관여할 권리는 분명 없으십니다. 그러니까 제발 이 문제로 더 이상 절 성가시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엘리자베스는 영부인 앞에서도 똑바로 자신의 의사를 내비친다. 
이 일을 영부인이 다아시에게 험담하듯이 말함으로써 다아시가 희망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다. 
 

 

편지 
이 책에서는 편지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려한 말솜씨를 뽐내면서 늘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진실을 전달한다. 
편지 내용이 제일 재미있다. 
 


빙리와 제인
조연이지만 너무나 이상적인 결말을 가진 커플. 지나치게 착한 제인과 빙리. 당연한 듯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고 주변 사람들 때문에 물리적으로 멀어지지만 결국 주변의 사건으로 다시 가까워지고 쉽게 결혼에 골인한다.

현대 한국의 로판은 조연의 스토리가 더 재밌는 데, 여기는 역시나 클리셰의 시초답게 확실한 조연 역할을 담당한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접점을 만들어 주는 역할. 
 


베넷 가족 
빙리가 그 동네에 이사 왔을 때 베넷씨가 찾아간 게 충격이었다. 자식이 여자들만 있어서  결혼이 많이 급하구나 싶었다. 
베넷 부인이 빙리와 그 지인들에게 한 무례한 질문, 주책, 배려를 기대하는 강요 등은 너무 창피하긴 했다. 
리디아는 할말하않... 
 

 

작가는 이런 이야기의 낭만을 꿈꿨을 것 같다.

부유하고 잘생긴 남성과 신분 차이는 나지만 솔직하고 발랄한 예쁜 여성의 결혼.

시대상은 현실적이지만 다아시 같은 남자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로맨스 판타지이다.

엘리자베스 같은 여성은 어딘가에 있을 법하다.

작가 본인 같기도 하고... 



다아시에게서, 엘리자베스에게서, 베넷 부인에게서 지난 과거의 내가 비침을 느낄 때마다 반성을 하게 된다.  

(아마도 거울 치료...)

다아시처럼 가진 것도 없는 내가 오만하게 굴 때는 꼴값일 것이고, 엘리자베스처럼 첫인상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다가가지 않으려 하거나 베넷 부인처럼 눈치 없는 말과 행동으로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진정으로 느낀 것은 함부로 상대를 판단하지 말고 늘 예의 있고 겸손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상대의 무례에 화가 날 때 쉬이 용서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또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할 때, 너무 솔직하게 말한다. 
여전히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다. 에둘러서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일까? 나는 늘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스스로의 철없음을 느낄 때가 많다. 부당한 일에 참고 넘어가게 되면 부당한 일에 대해 보상조차 받지 못하게 된다. 


솔직하게 말해서 득을 본 게 있긴 한데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사실 상상도 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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