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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책과 감상

[독후감]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 5

국내 소설은 오랜만에 읽는다.

그동안 외국 책, 번역된 언어를 읽다 보니 국내 소설의 감수성이 그리워졌다. 익숙하면서 흥미로운 제목, 살인자의 기억법.

몇 장 펼치자마자 글이 가득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ㅎㅎ 숨쉬기 좋고 가벼운 느낌. (2시간 컷) 영화보다 더 재밌었다. 영화는 뭔가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설명이 나오는 데(살인 피해자가 가정 폭력범, 아동학대범, 동물 학대범, 사채업자 등) 오히려 더 맛이 없었다. 

윌 스미스 따귀 사건, 한국과 외국의 반응은 달랐다. 
한국 반응 : 아내를 모욕하는 농담을 했기 때문에 맞을 법한 행위를 했다. 하지만 폭력은 나쁘다.
미국 반응 : 그것은 가벼운 농담이었고 그는 과민 반응하여 공식적인 자리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했다.
농담의 무게 공식적인 자리,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처방식이 포인트 인것같다.
가장 큰 차이점인 농담의 무게는 한국은 무겁게(모욕으로) 느꼈고 미국은 가볍게(개그로) 느꼈다.
폭력은 나쁘지만으로 동일하나 한국은 농담(모욕)에 분노했고 미국은 폭력 행위에 분노했다.
사실... 농담이 아닌 진짜 모욕이었다면 미국도 폭력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신사적으로 대처했다면 오히려 윌 스미스가 사과를 받았을 수도 있고 그 태도에 입지가 커졌을 수도 있다. ( 예상 - "정말 좋은 개그였어요. 하지만 저의 아내는 정말로 탈모를 앓고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네요. 하지만 아내는 저에게 가장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
사실 결과론이라 다른 선택지에 대한 미래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사람은 폭력행위에 대해서 정당성을 찾으려고 한다. 그 정당성이 합리적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폭력을 용인하거나 하지 않거나 한다. 하지만 폭력은 나쁘다. (언어폭력도 물리적 폭력도 폭력)
영화에서는 살인범에게 마치 살인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하게 나온다. 사회의 악인을 죽였으니 시청자들은 반감을 크게 가지지 않게 된다. 나는 심드렁했다. 아마도 살인범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유를 붙인 것이겠지만 처음 느꼈을 때, 매력이 없는 살인마가 되었다.(의도한 것일지도..?) 하지만 책은 다르다.

 

주인공의 기억, 독백

문화센터에서 시 강좌 기억이 중간중간 들어가면서, 이게 시점이 언제지? 지금 맞나? 하면서 읽었다. 난 이 구간이 약간 전개의 쉼표처럼 느껴졌다. 떡밥을 던지거나 독자에게 힌트를 주는 기억이 결말을 추리하는 데 재미있었다.

정말 필름이 끊긴 듯한 표현, 기억하는 살인만 독자들이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외에 것에는 알츠하이머인 살인범의 기억을 신뢰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달라질 독자들의 판단.

특히, 니체의 명언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은 유명하다. 주인공의 독백에 인용된 이 명언은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의심하나를 싹트게 된다. 그럼에도 결말은 반전이었다.

결말을 알고 나면 난 꽤나 주인공의 기억을 신뢰했구나 깨달았다. 의심한다고 하긴 했는 데ㅎㅎ

 

 주인공 캐릭터는

과거 아버지를 죽였을 때, 가정 내 권위자를 죽이면서 정복감을 느낀 건지... 여러 번의 살인 후에 '나는 남들이 안 하는 살인을 했어'같은 자부심을 느끼는 건지 오만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살려주었다"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그 사람 위에 선다. 약간 찌질한 자신을 지키려는 듯한 사고방식(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으로 보인다.

오만한 사고방식과 잔혹한 살인자가 다른 누구를 지키려고 한다는 웃기는 상황. 어느 정도 살인자의 가정사가 나오지만 난 전혀 동정이 생기지 않았다. 사실 그는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세계를 위해서 살인을 했다. 그래서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봤다. 그럼에도 결말은 반전이었다.

 

평론가의 시선

마지막 평론가의 시선은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이해를 얻었다. 살인자의 죄책감과 수치심에 초점을 맞춘다. 죄책감을 견딜 수 없어 그것을 수치심으로 전도시켜 가까스로 살아간 한 인물의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이 평론가는 두 번 읽었을 때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말한다. 어디부터가 환상일까?를 유심히 보면서... 평론가는 말한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타자의 시선에 얽매여 나를 잃지 말고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혼자만의 준거범에 갇히지 말라. 여기서 나는 타자의 시선도 결국은 고착화된 자신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에 솔직해지고(솔직하게 죄책감을 느끼고) 마주(속좨)하며 환상으로 포장하지 말 것. 그렇게 현실을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기인 것 같다.

 

독후감을 쓰기 전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 것이 있다.

작 중 주인공, 살인자의 이름은 나왔던가?

아마도 중요하지 않고 자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