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키르케 - 7
언제 읽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2024년에 읽은 것 같다... 내용이 얼추 기억이 나서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로마신화는 각각의 캐릭터성이 분명하고 욕망에 충실한 신들이 인간들을 평가하고 좋든 나쁘든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야기라고... 나는 이렇게 축약해서 생각한다. 솔직히 어렸을 때 만화책으로 읽은 이야기들은 뇌가 필요한가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엄청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잘 모르는 내가 그 신화의 기본 설정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읽은 키르케의 독후감이다.
헬리오스와 오케아노스의 딸과 결혼해서 낳은 딸인 키르케.
어딘가 신이라기에는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때문에 가족들이 그녀를 무시하고 다른 동생들과 비교하는 등,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기에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을 도운 죄로 고문을 당하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술을 가져다준 것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이 완전한 신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자신에게는 다정할까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바닷가에서 인간 글라우코스를 만났고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줘 버린다. 자신의 눈앞의 신 밖에 보지 못한 인간은 입에 발린 말들을 하고 겸손하게 행동한다. 유한을 사는 인간에게 영원을 주려다 주술을 깨닫게 된다.
처음의 다정함은 시야를 좁히고 안일함을 키우던가? 글라우코스를 옆에 두기 위해서는 세상을 찢을 거라던 마음과 다르게 정작 신이 된 글라우코스는 새로운 세상을 준 키르케에게 감사한 것보다 새로운 세상에 행복해했고 어여쁜 님프 스킬라에게 쉽게 마음이 열린다.
애초부터 그가 키르케를 사랑한 게 아니었고 작은 속삭임에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한 건 키르케 혼자였을지도 모른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인물들은 이렇게 다른 이에게 헌신하고 매달린다.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이에게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고 한다.
키르케는 질투심과 배신감에 스킬라를 끔찍한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글라우코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위협을 느낌 제우스는 그녀를 외딴섬에 가두고 고독을 선사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내적인 결핍을 주술로 채우려고 한다. 주술의 힘을 길러서 자신을 지킬 힘을 기른다.
키르케는 주술의 힘을 이용해서 여러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모든 일을 완벽히 해결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당장의 불은 껐던 거 같다.
오디세우스와의 아들이 태어난 뒤로 키르케의 삶은 고독에서 다른 맹목으로 바뀌게 된다.
아들을 아테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비밀을 품고 희생한다. 그 과보호는 아들을 답답하게 만들었고 오히려 더 넓은 세상을 원하게 만드는 것 같다. 사실 아들을 빼앗기기 싫었던 것은 홀로 섬에서 영원을 지독한 고독에서 유일한 사랑을 잃기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아니었다.
마지막에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신의 탈을 버린다.
원체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신은 영원을 살기 때문에 시간개념이 없고 그로 인해 언제 철들지 모른다.
키르케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겪고 사랑하고 배신당하고 혼자가 되고
주술이라는 힘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하고 일련의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
스킬라라는 죄책감, 원죄를 가지며 언젠가 이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남긴다.
아들이 생기면서 키르케는 좀 더 어른이 되는 것 같았다. 그를 위해서 또 자신의 전부를 던지려고 한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는 결국 그가 지키려던 것은 모두 떠나가고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자신의 초라함을 사랑하며 곁에 남기를 원하고... 키르케는 그와 유한한 삶을 살기 위해 인간이 된다.
아마 인간이 되려는 건 오랜 꿈이었던 것 같다.
키르케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에 빠졌고 늘 헌신했다. 위험한 신들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주술은 큰 힘이 되었고 자신을 의미하는 가치로 만들었다.
어린 시절의 결핍과 질투심,
주술로 인해 가졌던 자신감
아들에게 주는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은 마침표를 찍고
더 성숙해진 키르케는 진정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한 여자의 삶을 읽은 느낌.
부모가 되어야 자식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성숙해지게 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스로마신화라는 설정을 가지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친 것 같다. 원작을 해치지 않고 빈 이야기를 채우는 느낌..?
불안전한 인간의 정서는 이야기의 시작을 의미하고 그 불안정함이 여러 가지 상처와 회복을 겪으면서 안정성을 이루는 것, 그것이 삶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