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책과 감상

[독후감] '모든 것은 그 자리에' 를 읽고 -7

빈카(Vinca) 2022. 8. 16. 01:10

글 쓰는 것은 조금 떨리는 일이다.

책을 읽고 끝낸 감정을 독후감을 쓰며 다시 한번 이끌어 내면서 이야기의 소용돌이에 다시 몸을 맡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7월의 독후감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적게 되었다.


- : 소제목 별 책 내용 요약 

* : 내가 느낀 후기

▶책을 읽게 된 계기

네이버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뒤적이다가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첫사랑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라는 부제에 홀려 이 책을 구매하였다. 리뷰와 책 소개를 읽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저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바라보며 사랑한 것들, 경험한 것들을 과학적 관점과 철학적 고찰을 더해 독자에게 공유한다. 예상과 다르게(소설인 줄 알았기에 약간 기대가 없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 첫사랑

올리버 색스의 유년시절, 그가 사랑에 빠진 것들을 소개해준다. 과학적 관점을 첨가해서! 

- 수영을 아주 좋아하는 올리버, 물이 주는 경의로움과 황홀경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데 나도 덩달아 물속에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들은 모두 물 속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물은 우리를 다정하게 감싸주고 무게를 덜어준다. 다정한 엄마의 품처럼.

- 박물관을 좋아하는 올리버, 호기심 많은 아이는 박물관에 잠입해서 하룻밤을 지내기도 하고 박물관 직원들과 친해진 후에 시크릿 전시관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을 누리기도 했다. 현대식으로 구현된 박물관에 분개하기도 하면서 올리버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물에 빠지듯 흠뻑 빠진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주기율표를 만나게 되고 그렇게 삶의 방향성이 정해지게 된다.

과학을 잘 모르는 나도 올리버의 감정에 절로 '휘말려서' 두둥실 해지며 앞으로의 이야기에 설렘을 가지게 되었다.

- 첫사랑, 아! 물론 화학과의 첫사랑.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자신과 관심사가 맞는 친구 두 명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다양한 화학 실험을 감행했다. 그렇게 생물학 선생님인 패스크와 (존경의 의미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선생님은 올리버와 친구들에게 다양한 탐사, 활동을 참가하게 해 줬다. 그 과정에서 갑오징어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기 위해 갑오징어를 단지 안에 가득 담아두는 데, 이것이 부패하여 터지게 된 사건을 얘기하며, 과학적으로 이유를 설명해준다.

*알차고 재미있는 이유였는 데 갑오징어가 터진 것만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올리버와 친구들은 모두 영국에서 상위계층의 자녀들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탐구하고 공부하는 것은 비범하다고 생각했다.

- 화학의 시인, 험프리 데이비는 거대한 비전 '구시대적 형이상학과 환상이 제거된 화학 정립'을 세우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과학적 발전을 도모한다. 올리버는 그의 업적과 이야기를 책을 통해 만나게 되고  그의 존재감과 사고방식과 살아있는 관계를 맺는 경험을 하게 된다.

* 과거에 남겨진 것들이 비록 현대에서 많이 수정되었을 지라도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를 남기고 지식을 남기면서 후세대에 계속 이어지게 된다. 그렇게 미래의 사람들과 만나게 될 수 도 있다.

- 도서관을 좋아하는 올리버, 그는 끊임없이 읽고 글을 쓴다. 또 디지털화된 서적을 싫어하고 종이로 된 책의 대체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낀다.

* 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e-book 보다 종이책을 더 선호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올리버는 쪽방에서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읽고 쓰는 단순한 행위는 어딘가 모르게 삶에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 뇌속으로의 여행, 카린시가 올리베르로나라는 의사에게 종양수술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는 이야기.

* 그녀는 병에 걸리고 시력을 잃고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적었다. 그 표현력이 실감 나서 간접적 체험이 되는 기분이었다.

병실에서

병원에서 일어난 일들, 환자들의 다양한 병들을 치료하거나 접근하고 그 병에 대해서 썰을 푸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솔직히 나는 이 챕터가 제일 재미있었다.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다. 현실이 비현실적이기도 해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했다. 양이 많고 전문적인 지식들이 많아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세가지만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 냉동보관, '엉클 토비'는 7년동안 밀랍인형처럼 가구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지만 희미한 맥박은 그가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체온은 20도에 대사율이 거의 0에 가까웠는 데, 이는 갑상샘이 제 기능을 하지 않아서 생긴 갑상샘 저하증에 걸렸던 것이다. 이것의 해결방법은 간단했다. 갑상샘 호르몬 티록신만 투여하면 그는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다. 그가 한 달 만에 천천히 의식을 되찾으면서 사라진 7년을 인지하지 못했다. 올리버는 여기서 철학적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그에게 7년 동안 의식이 없이 그저 가구처럼 있었음을 알릴지 말지.. 그가 얻을 충격은 성치 않은 몸에 무리가 갈까 병원은 이를 숨겼다. 그는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는 데, 노화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갑작스럽게 엉클 토비는 각혈을 했다. 그는 냉동 보관되기 전에 귀리세포암종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급성암을 7년 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상체온을 회복하고 나니 암도 일을 한 것이다. 그렇게 암으로 엉클 토비인 오킨스 씨는 세상을 떠났다. 

* 냉동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갑상샘의 기능을 저하시킴으로써 시간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또 몸에서 암을 발견하자 몸이 갑상샘을 저하시켜 암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문단인  "그의 가족은 그를 차갑게 방치함으로써 생명을 살렸고, 우리는 그에게 온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죽음으로 몰고 갔다." 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생명은 살아있어도 삶이 죽은 것과 생명을 꺼져가도 남아있는 삶을 사는 것. 어느것이 중요하겠는 가. 우연히 한 소녀의 왕진을 갔던 집에서 엉클 토비를 만난 것은 과연 우연이었을 까...

- 신경학적 꿈, 꿈의 효용은 신경학적 건강과 질병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바로미터이다. 자는 도중 신체가 아플 때 이를 무의식의 세계에서 알리는 경우와 어떤 질병이 나타나기 전에 전조증상으로 악몽을 꾸는 경우도 있도 있다. 누군가 왼발을 지나치게 밟는 꿈이 사실 압박붕대로 인해 발이 허혈 상태가 된 일화는 많은 사람들이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거의 예지몽에 가까운 꿈도 있다. 손과 온몸이 감각이 상실되는 듯한 꿈을 꾼 한 여인은 그 후 급성 감각신경병증에 걸려 고유 수용 감각을 상실하게 되었고 다리 부상을 입은 사람은 외목발을 집는 꿈을 꾼 뒤 이를 실제로 행동해서 현실화한 일화도 있다. 올리버는 뇌가 직면한 운동 뉴런 문제를 풀어 정신적 실연을 보여준 것이 바로 꿈이고 꿈은 일종의 학습 행위였던 셈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꿈은 예기치 않은 진단 및 발견, 환자의 경과에 대한 뜻밖에 통찰로 가는 샛길이므로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정리한다.

* 올리버가 경험한 이야기를 보고 나니, 몸속에서 세포들이 영화를 찍어 꿈속에서 보여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우리 뇌는 엄청난 딥러닝을 하여 꿈에서 예측을 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꿈 해몽이 의외로 의학적으로 약간의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리버는 나처럼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고 꿈이 환자를 도울 샛길로 생각하는 것에서 직업의식이 느껴졌다.

- 광란의 여름, 소제목마저 강렬했다. 샐리라는 소녀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광기는 조증이라고 불렸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사람이 마치 뒤바뀐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가족들은 정신병이 아니라 그녀의 말처럼 그녀가 특별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점점 현실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조지 엘리엇은 조증을 경험하면서 '위험천만하게 건강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현병과는 약간 다르며 조울증은 이런 조증과 우울증이 극단적으로 번갈아가며 일어나는 일이다. 조울증은 모든 문화권에서 발생하며 최소 100명당 한 명이 크고 작은 조울증을 경험한다. 다행히 샐리는 광기는 일시적으로 해소되었지만 가끔 발작을 겪었다. 지속적인 약물치료, 통찰과 이해 심리요법을 병행하면서 조울증을 데리고 사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 지나친 스트레스에 벗어나기 위해서 정신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정신병은 아주 오래전부터 발생했던 것으로 보아 인간의 사회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병인 것 같다. 나도 샐리처럼은 아니어도 가벼운 조울증이 있었던 것 같다. 한없이 긍정적이었다가 한없이 부정적이었다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내면이 어떤 상황일 때 병원에 가야 할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울한 상태일 때 우울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선을 넘지 않도록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은 계속된다.

환자들과 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올리버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그가 배운 것들 좋아한 것들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풀어나간다. 인상 깊었던 세가지만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 코끼리의 걸음걸이, '빨리 움직이는 코끼리는 정말로 달리는 걸까?'라는 논문이 과학 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논문에서 말하길, 서둘러 움직이는 코끼리는 실제로 뜀뛰기와 걷기를 병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어깨는 걷는 동작을 시사하고 엉덩이는 달리는 동작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비교적 빠른 걸음'과 '비교적 느린 달리기'가 병행한다고 주장하였다. 의학의 발달에 기여한 마레와 창의적 재능을 가진 사진작가 마이브리지가 만나서 경마에서 말의 연속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법을 발명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쨌든 호기심으로 과학의 발전을 야기시킨 이야기를 들려준 것 같다.

* 마레와 마이브리지의 일화는 이런 논문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올리버는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무엇보다 코끼리가 뛰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대답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앞다리와 뒷다리가 서로 다른 움직임을 한다는 것에서 삶에 딱히 필요 없는 지식이지만 재미있었다. 언젠가 코끼리가 뛰는 장면을 실제로 본다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러한 지식으로 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정원이 필요한 이유, 올리버가 만난 투렛증후군 환자, 파킨슨 병 환자, 알츠하이머병 환자 등등 모두 자연에 있을 때 증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1860년대 당시, 양로원이나 주립병원 같은 시설들이 커다란 농장 정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자연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뭔가에게 말을 거는 게 틀림없으며 자연이 건강 증진 및 치유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더욱더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프거나 지쳤을 때, 산이나 바다, 시골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은 정말로 자연에 치유의 힘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스트레스받을 때 우리는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정원도 그 역할을 한다. 나도 회사 근처에 정원이 있다면 점심시간에 그곳에서 밥을 먹었을 것이다. 정원은 답답한 도시에서 자연을 한주먹 가져온 것이다. 도시에 정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은행나무의 밤, 은행나무는 2억 년 동안 기본적으로 변한 게 없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식물학자 피터 크레인은 자신의 저서에서 '사람들은 수년 동안 은행 잎이 지는 날짜 맞추기 내기를 했다'라고 했다. 은행 잎은 으스스할 정도로 잎이 한꺼번에 떨어진다고 한다. 올리버는 은행나무들이 잎을 떨어트리는 날을 은행나무의 밤이라고 비유한다. 올해는 언제 떨어질까?

*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박으면 약 800만 원을 물어줘야 하는 것이 은행나무이다. 은행나무는 꽃이 피기 전에는 암수 구별이 어렵고 악취나 독성으로 동물들이 꺼리면서 야생 번식이 어렵다. 또 어린 나무들이 종자를 맺으려면 3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에 속해 있다. 냄새가 심하지만 나는 은행나무를 좋아한다. 가을이 오는 냄새, 벌레를 쫓아 주는 냄새, 회색빛 도시를 마치 봄인 듯 노랗게 물드는 싱그러움. 이처럼 도시에 자연의 색이 많아질 때, 감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 장에서...

올리버가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점이 있다. '우리의 사회와 문화에서 언제부턴가 유의미하고 친밀한 접촉이 너무나 만연하게 다 빠져나가버렸다는 점'. 하지만 올리버는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지구가 황폐해지더라도 인간의 삶과 문화적 풍요는 생존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요즘의 좋은 과학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올리버는 말한다.

* 올리버의 우려대로 우리는 코로나 덕분에 더욱 접촉이 느슨해졌다. 뉴스 속에 사건 사고를 들을 때마다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의료계 종사자들이 코로나를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사람들 또한 마스크를 꾸준히 착용하며 접촉이 가능한 미래를 꿈꾸며 참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인간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왜 올리버가 인간의 삶은 끊어지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여기에 더해 '건강하게' 인류가 이어졌으면 한다.

▶ 부족한 나의 표현력과 지식,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지식들이 가득했다. 올리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을 경험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실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