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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작별 인사'를 읽고 - 6

빈카(Vinca) 2022. 6. 4. 18:23

 

 

 

작별인사의 공간적 흐름은 많지 않지만 분명하다. 때문에 공간적 배경과 사건들의 연관성을 맺기 수월했고 이야기의 흡입력을 지녀 하루만에 읽을 수 있었다. 또 자신의 주장에 대한 비유들이 몰입할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나도 비유를 잘 하고 싶다)

 


 

연구소

연구소안에서의 철이는 감정이 천천히 성장중인 소년이었다. 따뜻한 환경에서 힘든 경험을 제외한 안정된 상태에서 철이의 삶은 스스로 선택한 경우가 드물었다.

새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연구소 밖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는 철이의 부러움을 자극하는 동물이었다. 죽은 새에 대해 정의하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결국에는 묻어주는 과정.. 새는 철이를 의미하는 걸까? 어느날 연구소라는 새장밖을 나가고 직접 선택하는 삶을 산 후 결국 새장 안에서 죽는 이야기일까?

철이네 집에는 3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2마리는 진짜 고양이이고 1마리는 로봇이다. 우리는 분명하게 분리한다. 진짜 고양이와 아닌 고양이를 마음 속에서는 가짜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감옥

아버지를 마중간 철이는 휴머노이드라는 누명을 씌고 잡혀버린다. 등록되지 않는 로봇들은 그저 가둔채 최소한의 음식만 제공하며 가둔다. 로봇의 수명이 끝날때까지 가두면서 세월의 흐름으로 폐기한다. 이곳은 감옥이자 휴머노이드의 연옥이다. 연옥에서는 작은 사회가 형성된다. 어떤 용도의 로봇으로 사용되었는 지에 따라서 집단이 생기고 서로를 공격하거나 협력하기도 한다. 철이의 첫번째 새장 밖 여행은 감옥이었다.

선이와 민이를 만나면서 철이는 처음으로 아버지가 아닌 인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선이는 인간이라고 주장하고 민이는 휴머노이드, 철이 자신은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감옥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선이와 민이는 감옥을 탈출했을 때 계획이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철이는 그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아버지의 힘을 빌려서...

 

빈 집

선이와 민이, 철이의 힘이 아닌 외부의 힘으로 감옥의 벽이 부서지고 로봇을 파괴하려는 또 다른 로봇이 쳐들어오면서 셋은 도망간다. 휘둘리는 삶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위해서 도망간다. 빈 집에서 머물다가 드론이 쳐들어오고 공격을 가해온다. 민이가 철이와 선이를 구하기 위해 희생당한다. 여기서 처음으로 이별의 슬픔을 겪는다. 하지만 선이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민이의 머리를 가져와 데이터를 복구하는...민이를 되살리려 한다.

 

달마의 집

달마를 만난다. 스스로 미래를 선택한 휴머노이드. 선이는 그에게 민이를 살려 달라고 부탁한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 대화가 시작된다. 민이를 살리는 게 옳을 까?

- 달마 : 태어나지 않는 것이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서 좋다. 삶의 작은 기쁨이 삶의 고통을 상쇄시켜 줄 수 없다. 때문에 되살리는 행위는 선이의 이기심일 수 있다.

- 선이 : 의식을 가지고 태어난 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기계에 의해서 강제로 죽은 삶이 아닌 민이는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하는 의무가 있다. 

- 철이 : 아직 정의하지 못함.

- 나 : 태어나는 것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 민이는 아마도 철이와 선이를 구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닐까 싶다. 달마의 주장도 선이의 주장도 옳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민이는 철이와 선이를 구함으로써 선택을 했다. 난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달마는 휴머노이드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들의 집단 지성을 통해 인간에게서 공격받지 않고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는 세계를 만들 계획이 있다. 선이는 단지 민이와 의미있는 삶을 살 계획이었다.

그리고 철이는 자신이 기계임을 알게 되고 존재의 의미가 아버지의 애완용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상처받는다. 그래도 행동패턴이 인간과 다름 없기에 자아가 붕괴되지 않고 자신이 기계임을 천천히 받아드린다.

 

다시 아버지의 품 안

철이는 아버지에게 잡혀들어간다. 철이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상당히 강제적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작품을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 애를 쓴다. 그 과정에서 철이는 작은 수정구 속에 들어갔다가 고양이가 되었다가 했다. 아버지의 품속은 답답했을 것이다. 또 아버지의 명예와 처지가 추락하면서 철이에게 집착하기도 하고 기계를 두려워한다.

정말 인간같은 기계인 철이와 다른 기계들을 분리하지만 몸이 없는 기계인 철이를 두려워한다. 몸이 없기 때문만은 아닐 지도 모른다. 자식처럼 생각했지만 기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철이의 아버지 아니.. 최박사는 정신이 분열되고 칩을 삽입해서 안정을 되찾는다. 그의 결말은 기계에 의한 안정이 되었다.

 

미래

달마가 계획한 미래에 도달했고 철이는 달마의 도움으로 몸을 얻어 선이가 있는 곳으로 간다.

선이또한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미래에 도달한다. 다른 동물, 개체들과 인연을 맺고 서로 도우면서 문명과 벗어난 생활을 한다. 철이는 선이의 곁에 머물으며 마지막 미래에 도달하게 된다.

 


 

감상

읽고 난 후 한동안 독후감을 작성하지 못했다. 아마도 아직 나는 어린 철이처럼 감정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내포한 많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가지 스스로 선택하는 미래만 읽어낼 수 있었다.

정말 인간과 다름없는 휴머노이드 철이, 그냥 신체라는 한계를 벗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같다. 하지만 험난한 경험을 겪지 않고서는 자신의 감정을 정의하지 못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미래도 만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책의 초반에 나오는 새의 죽음은 또 다른 삶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 까? 연구소는 철이에게 새장과 다름없다.  새장 안의 삶이 끝나고 새장 밖의 삶을 살아간다. 다시 또다른 새장(감옥)에 갖히게 되었지만 경험과 마음은 풍부해졌다.

다시 감옥이라는 새장에서 벗어나고 이별을 겪고 자아의 정체를 알아내 간다.

* 선이와 달마라는 삶에 대한 가치관을 정의하고 관철해나가는 인물들을 만난다. 철이는 둘의 토론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나 또한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철이는 마침내 스스로 선택하고 머물곳을 정한다. 

머물곳, 모든 사람들의 마지막 도착지가 아닐까 싶다. 나는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나의 머물 곳은 부모님의 집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아직 많은 감정을 겪고 정의하지 못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지 못했다.

나의 도착지는 먼 미래에 있을 것이다.

 

-- 작가의 말속에서 그의 첫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그분의 감수성에 나의 감정의 부족함을 깨달았다. 나는 아직 어리고 알고 있는 게 부족하구나 싶었다.

 

-- 책의 마지막에는 달마와 선이의 대화는 윤리학자 데이비드 베너타의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를 참고 했다고 한다. 한번 읽어 봐야 겠다.